자랑스런 내 아들...

필자에게 가끔씩 청소년 상담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청소년 상담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거절을 하지만,

극구 청소년 자녀를 데리고 와서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실상 난감 할 때가 있다.

일전의 상황이 또 이와 같았다. 중 3인 외아들은 작년 까지만 해도 성적이 전교 상위권에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부모님의 자랑이요, 기쁨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처럼 귀한 아들이 점차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을 했다.

뭐 공부를 하다보면 슬럼프라는 것도 있을 수 있겠지 싶어서 크게 나서지는 않았는데,

성적이 떨어지는 것 보다 더 걱정이 된 것은 아들이 말수가 없어지고

혼자 방에서 문 닫고 있는 시간이 대폭 늘은 면이다.

그리고 어디서 그렇게 빌려오는지 엄청 두꺼운 책들,

어머니가 봐서는 도통 넘 어렵다 싶은 고전과 소설들을 내리 읽고 있는데

더 이상 그냥 둬서 될 일만은 아니겠다 싶어 아들과 대화를 시작 했다.

아들은 그냥 공부가 재미없고 하기 싫고, 아무대나 대학은 갈테니까

자기를 내버려 둬 달라는 말을 덤덤하게 했다.

있는대로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그 날 이후로부터 별의별 일을 다 했다.

아들이 지금의 상황처럼 된 이유가 뭘까...

이 부분을 들여다 보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고

성적을 전교 상위권으로 회복하는 것 만이 목적인바,

아들을 다그치기 시작을 하면서 모자의 갈등 상황은 더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아들은 점점 더 말을 하지 않으며 방문까지 걸어 잠그게 되었고

답답하고 화가 난 감정을 급기야 남편에게 해댔다.

“당신은 당신 일만 중요해? 대한민국 일은 당신이 다 해?

그 잘난 회사 다니는게 그렇게 바빠?

아들이 어떤지 아들한테 관심이나 있어?

당신이 애 아빠야? 당신 진짜 미친거 아니야?” 라고 분통을 터트리며 대들게 되었다.

가족의 역동

남편은 회사에 소위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

꽤 시간이 되었다.

아들이 아빠 휴대폰을 보다가 카톡을 통해서 내용이 이상하다고 했고, 그것을 부인이 봤다.

딱히 뭐라고 할 내용은 없으나 사무적 내용이 아닌 것은 확실해서 따질까 싶다가,

한편 남편에게 아는 척 하는게 더 자존심 상하고 더러웠다.

고심 끝에 친정언니한테 얘기를 했더니, 큰 내용 아니면 한쪽 눈 감고 지나가라,

제부씨가 가정을 버리고 그럴 사람은 아니니 문제를 크게 만들지 마라, 조언을 받았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부인이 남편을 인간 취급을 안했다.

그 유명한 “투명인간놀이”를 시작을 한 셈이다.

출근을 해도, 퇴근을 해도, 주말에 집에 있어도 상대를 하지 않았다.

남편이 말을 걸어도 단답형이었다.

남편도 아내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니 낌새를 알아차렸을 수도 있었겠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남성들 특유의 “회피놀이”를 시작 했다.

남편은 더 늦게 퇴근을 하고 출장도 잦아지고 주말이면 늘 회사일 관련 골프며 출장을 갔다.

그나마 부인에게 위안이 된 것은 아들이 대학을 갈때까지 4년만 견딘다,

또 아들이 공부를 잘 하니 포기 할 수 없다가 유일한 위안이며 위로였고 복수였다.

하지만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면서 부인은 더 이상 견딜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아들은 아들대로 집안 공기가 숨을 옥죄었다.

아들한테 아버지는 때로 친구 같기도 하고 형 같기도 한 존재였다.

바쁜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신문에 난 기사를 갖고 토론도 하고 논박도 하고,

목욕탕도 같이 다니고 등산도 하던 아빠였는데

언젠가 부터는 아버지의 잦아진 출장과 더 늦은 퇴근으로 사이가 소원해졌다.

무엇보다 아버지 행동이 주는 메시지가 달라졌다.

그 내용을 더 확인 시켜주는 것은 어머니의 태도였다.

부모님의 사이에서 아들은 점차 무력해져갔다.

아버지가 나온 대학을 꼭 가고 싶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목표가 사라진 사춘기, 그리고 제대로 받은 마음의 상처는 더 아들의 입을 닫게 했다.

청소년 상담과 부부상담의 병행

아동상담, 청소년 상담의 해답은 대체로 부모님에게 있는 편이다.

자녀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으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오히려 영향을 안 받는다면 이상하다. 이 케이스는 청소년 상담으로 시작을 했으나,

부부상담이 병행 되었다.

가볍게 취급된 재미의 남편 외도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인정 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여직원과 성관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 이런 건 확인 할 필요도 없다. -

가족의 역동을 이해하는데 꽤 남편은 힘들어 했다.

기존의 부부관계가 질적이지 않고 권태기가 오래가면서 남편은 지루했다.

부인에게는 남편의 자리보다 아들의 자리가 더 컸고,

그다지 자신의 존재감이 가정내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부인도 자신에게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 남편에게 섭섭하긴 마찬가지였다.

덤덤하던 부부관계를 적극적으로 풀기 보다는 부인은 아들에게 더 보살핌을 내고,

남편은 회사 내의 다른 여성과의 관계를 새롭게 끌어들인 셈이었다.

이렇듯 갈등을 풀어보는 대화의 시작 방법이 바람직 하진 않았으나

부부상담이 진행 되면서 드디어 부부 결속력에 속도가 붙게 되었다.

아들의 무력감은 금방 사라져갔다.

오랫동안 상담을 해오지만 가장 기초단위는 가족이 가슴으로 하는 대화이다.

소소한 대화가 막히면 심리적 동맥경화가 되어진 셈이다.

전체 기능이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것은 정말 시간 문제가 된다.

바쁘지 않은 현대인은 없다.

꼬마들도 바쁘고 어른들도 바쁘다.

하지만 그럴수록 챙겨야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가장 가까운 가족의 정서이다.

눈을 마주보고 대화를 하고 다정한 스킨쉽을 할수록 사랑은 커진다.

부비고 보살핌을 낼수록 사랑이 깊어진다.

농익은 사랑은 면역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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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원장 / 이주은